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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경제학 (MBA,학술,학문)/경영인사이트 (Management Insight)

[경영인사이트#003] 부하 직원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자격 (매일경제)


 

부하 직원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자격 (매일경제)



일 못하는 부하 직원에게 피드백을 주는 건 모든 보스에게 곤혹스러운 일이다. 이 때문에 연말 평가 시즌이 고통스럽다는 보스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잭 웰치 전 GE 최고경영자 같은 이들은 "너는 성과가 낮아"라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최선이라고 한다. 그래야 그 직원이 지금 일을 버리고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으려는 노력을 할 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십중팔구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너 일 못해"하면 "네.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달라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할 직원은 이 세상에 없다. 겉으로는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속내는 정반대다. 보스의 평가를 인정하면 자신의 소중한 자아에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수치스럽다. 부하 직원은 그 같은 고통을 피하고 싶다. 그래서 보스의 평가를 부인한다. 보스가 편견에 차서 그 같은 평가를 내렸다며, 스스로를 잘못된 평가의 희생양이라고 여긴다.

 

설사 보스의 평가를 인정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를 계기로 스스로를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직원은 그저 좌절할 뿐이다. `나는 틀려먹은 존재야`라고 여긴다. 노력해도 소용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더 일을 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낮은 성과를 합리화할 구실만 찾는다. 그 결과, 성과는 더욱 나빠진다.

 

그렇다면 부하 직원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건 아예 피해야 하는 일일까?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게 그토록 힘들다면 말이다. 그래서 이 땅의 수많은 보스들이 부하 직원에게 아무런 피드백을 주지 않고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하루를 보내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성과 평가는 보스가 되면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일이다. 최소한 1년에 한번 연말에 어쩔 수 없이 부하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고 등급을 매겨야 한다. 그제서야 비로소 얼굴을 붉혀가며 `미안한데, 솔직히 말하면 너는 성과가 낮아`라는 폭탄을 부하 직원에게 투하하는 보스가 다수다. 그러나 그 순간, 부하 직원은 `1년 내내 아무 말 없다가 이게 뭔 소리냐`하며 배신감에 치를 떤다. 보스와 부하 직원 모두에게 최악의 상황이다. 성과 평가의 순간은 오기 마련이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게 피할 수 없다면, 보스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

 


방법은 딱 하나다. 부하 직원으로부터 `신뢰`라는 `자격증`을 얻는 거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접한 부하 직원이 `이는 보스가 날 위해 하는 말이야. 날 돕기 위한 거야`라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그 피드백을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코칭`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보스에게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솔직히 물어볼 수 있게 된다. 변화와 개선을 위한 마음을 내게 된다.

 

신뢰를 얻는 원리 자체는 단순하다. 내가 과거 인터뷰했던 더글러스 코넌트 전 캠벨 수프 컴퍼니 CEO가 말했듯이 "따뜻한 마음으로 직원들의 삶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고, 직원들에게도 물어봐야 한다. 보스가 자기 삶을 살피려 한다는 것을 직원이 알게 되면, 보스를 믿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라야 비로소 보스에게는 엄격한 마인드로 직원들에게 높은 성과를 요구할 수 있는 `자격증`이 부여된다. 직원에게 쓴소리를 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건넬 자격이 생긴다는 뜻이다.

 

신뢰가 쌓이면 피드백 대화의 내용이 달라진다. 저신뢰 관계에서 보스는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친다. 직원에게 질문도 하지만, 이는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기껏해야 왜 자신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게 됐는지 자기 입장을 방어하고 상대를 설득하는데 그친다. 그러나 고신뢰 관계가 되면 대화의 수준이 `공유와 발견`의 단계로 나아간다. 대화를 통해 보스와 직원은 왜 업무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는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공유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개선책을 찾아나간다.

 

그러나 대개의 보스는 부하 직원의 삶을 돌보지 않고 높은 성과만 요구한다. 각박한 현실에서 보스 자신도 성과를 올려야만 조직에서 생존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성과에 늘 배가 고프다. 어느덧 그는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기 시작한다. 그 직원의 시간은 온전히 보스의 성과를 높이는데 사용되기를 바란다. 부하가 자신의 삶을 돌보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게 싫어진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파서 정시에 퇴근해야 한다고 직원이 말하면 짜증이 난다. 직원이 정시 퇴근 후 자기계발을 위해 짬을 내는 것도 싫어진다. 이런 시간이 쌓이다 보면, 그는 점점 부하 직원에게도 돌보아야 할 가족과 삶이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부하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으로 보기보다는 보스의 성과를 높이는데 쓰이는 기계 부품으로 보게 된다.

 

이런 보스를 신뢰할 직원은 없다. 직원의 잠재의식 속에서 보스는 그의 독립성과 자율을 억압하는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된다. 그는 보스로부터 자신의 삶을 지키려 든다. 때때로 보스에게 거짓말도 하게 된다. 보스에게 점점 방어적이 된다. 보스가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 때는 더하다. 그 같은 피드백은 직원의 자아에 상처를 내는 공격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같은 공격을 방어하고 받아치는데 집중하게 된다. 겉으로는 고개를 숙이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인정하는 척해도 그의 내면 속 자아는 순식간에 철갑을 두르고, 역공을 준비한다.

 

만약 당신이 보스라면 당신의 에너지 중 일부는 반드시 부하 직원의 삶을 돌보는데 쓸 수 있도록 남겨둬야 한다. 만약 온 에너지를 업무에만 쓴다면, 당신은 부하 직원의 삶을 돌볼 여유를 잃게 될 것이다. 직원과 신뢰 관계가 깨질 것이다. 당신은 직원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주고 쓴소리를 할 자격을 상실할 것이다.

 

신영복 선생이 책 `강의`에서 말했듯이, `70%의 자리가 득위의 비결`이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30 정도의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백으로 남겨둔 에너지 중 일부를 활용해 부하 직원의 삶을 돌본다면 당신의 보스가 아닌 `리더`의 자격을 얻을 것이다. 그렇기에 진정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스스로에게 과한 자리에 앉을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김인수 기자]

 


 


 


※ 출처 : [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부하 직원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자격 (매일경제)

 

※ 링크 : https://www.mk.co.kr/opinion/columnists/view/2018/01/10347/